여성인권 신장·가족법 개정에 바친 한 평생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05-08 12:20     조회 :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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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신장·가족법 개정에 바친 한 평생

故 이태영 변호사 탄생 100주년 국회서 추모식
56년 여성법률상담소 설립… '남녀차별법' 개정 운동
민법상 부부별산제 도입…이혼원인에 남녀차별 철폐
호주제도 별세한지 7년 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임순현 기자 desk@lawtimes.co.kr 입력 :  2014-12-18 오전 11:28:19 

우리나라 첫 여성 법조인인 고(故) 이태영(1914~1998·고시 2회) 변호사가 98년 12월 17일 서세(逝世,별세의 높임말)한 지 16주년을 맞아 추모식이 열렸다. 올해는 이 변호사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어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정일형·이태영 박사 기념사업회(회장 정호준 의원)는 17일 여의도 국회도서관 지하1층 대강당에서 이태영 박사 탄생 100주년 및 서거 16주기 추모식을 열고 평생을 여성인권 신장과 가족법 개정운동에 바친 이 변호사를 기렸다.

1952년 39살이라는 늦은 나이로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한 이 변호사는 야당 정치인인 고(故) 정일형 박사의 아내이자 최초의 여성 고등고시 합격자라는 이유로 법관과 검사 임용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렇게 이 변호사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제1호 한국 여성변호사가 됐고, 평생의 숙원사업인 가족법 개정운동에 뛰어들게 됐다.

평안도 운산 출신인 이 변호사는 18세인 1931년 평양 정의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이듬해에는 이화여자전문학교 가사과에 입학해 1936년 수석으로 졸업했다. 졸업 후 평양여자고등학교에서 교편생활을 하다 남편을 만났다. 독립운동을 하던 남편의 옥바라지와 홀로 된 시어머니 부양, 네 아이의 육아를 도맡은 이 변호사는 해방 직후인 1946년 남편의 권유로 서울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했다. 그리고 6년 뒤 당당히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했다.

그는 변호사가 되자마자 각종 청원서와 진정서를 통해 호주제 폐지를 주장하는 등 본격적인 가족법 개정운동에 나섰다. 당시 헌법은 양성의 평등을 규정하고 있었지만 하위법인 민법은 헌법 정신과는 거리가 멀었다. 자녀에 대한 친권행사에 남녀의 차별을 두고, 재산 상속분도 아내와 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정했다. 또한 부계와 모계 사이에 차이를 둔 친족의 범위와 시대착오적인 호주제 역시 이 변호사에게는 청산해야 할 낡은 악습이었다.

1956년 여성법률상담소를 설립한 이 변호사는 한층 체계적으로 가족법 개정운동을 전개해 나갔다. 그의 노력은 1958년 공포된 신(新) 민법에 그대로 드러났다. 새로운 민법은 부부별산제를 채택하고 재판상 이혼원인에 있어 남녀의 차별을 폐지했다. 또 모계혈통의 계승을 인정하고, 호주상속과 재산상속을 분리했다.

가족법 개정을 위한 이 변호사의 시도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국민 계몽을 위한 강연과 해설 책자 발간, 토론회, 지도자 양성, 가두 캠페인, 대중강좌 개설 등 꾸준한 운동을 펼친 결과 민법 친족상속편은 1962년과 1977년에 두 차례 더 개정됐다. 이후 1989년 민법 개정으로 호주제 폐지를 제외한 모든 차별이 가족법에서 사라졌다. 호주제는 이 변호사가 서세한 지 7년이 지난 2005년에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 변호사의 업적은 가족법개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여성인권신장은 민주주의와 인권이 전제돼야 가능하다고 믿었던 이 변호사는 1977년 박정희 정권의 긴급조치 철폐를 요구한 '명동3·1사건'에 가담해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했다가 1980년 복권됐다. 사위인 고(故) 김흥한(1924~2004·조선변호사시험 3회) 변호사와 함께 1958년 서울 광화문 인근 현 코리아나 호텔 뒤 골목에 김흥한·이태영 법률사무소 개설해 우리 로펌의 태동을 알리기도 했다.

1971년 법을 통한 세계평화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막사이사이상(1975), 유네스코 인권교육상(1982), 국제변호사회 국제법률봉사상(1984), 브레넌인권상(1989) 등을 수상했고, 1990년에는 국민훈장 무궁화장과 3·1문화상을 받았다. 저서로는 '한국이혼제도연구', '여성을 위한 법률상식', '현대여성의 모럴', '가족법개정운동 37년사', '북한여성연구' 등과 유고집 '정의의 변호사가 되라 하셨네'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