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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선배이자 이땅의 모든 압박받고 소외된 여성들의 큰 어머니셨던 이태영 선생님. 선생님께서 떠나시고 남은 빈 자리가 이다지도 아쉬우면서도 또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습니다.
선생님, 선생님은 제게 누구보다 각별한 분이셨습니다. 선생님은 제게 인생의 반려를 인도해 주신 분이었고, 정치적 고난과 어두운 시절, 저희의 손을 따뜻이 마주잡아 주시던 분이섰습니다.
그 중에서도 71년 대통령선거 당시의 일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선생님은 자택이 화재를 입는 우환에도 불구하고, 이화여대 법대학장직을 사임하시면서까지 김대중 대통령 후보를 위해 앞장서 주셨습니다.
김 대통령을 위해 오랜 세월 동안 애써주시면서 “이런 분을 대통령 못 시키는 것은 우리 국민의 불행”이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시곤 해 저희로선 송구할 따름이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선 그 바라던 김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보시지 못하셨습니다.
아니 보셨어도 알지 못하셨습니다. 1년전 선생님의 그 간곡한 기도가 이루어져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제가 선생님을 찾아뵈었지요. 선생님은 병상에서 저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시는 것은 물론, 당선 사실도 이해를 못해 저를 안타깝게 하셨습니다.
이제 선생님이 떠나시고 나니, “행여 조금이라도 잘못되지 않았을까” 그 따뜻한 마음으로 우리 부부를 위해 조언과 사랑을 아끼지 않으셨던 고마움이 새삼 사무칩니다.감사하는 마음 한 자락 채 펴보이지 못한 아쉬음이 저희 가슴속에 응어리가 되어 남았습니다.
평소 선생님이 보여주셨던 조용한 미소, 그속에 담긴 용기와 결의는 한국 여성의 든든한 힘이 되어 주셨습니다. 수세기 동안 내려온 불평등과 인습에 맞서 여성의 인권을 위해 선생님이 걷던 그 선각의 길엔 언제부턴가 파란 새싹이 돋아나 다가올아 름다운 꽃밭을 예감케 합니다.선생님께서 이 땅의 소외받고 고통받는 힘없고 가난한 여성들을 위해 흘린 눈물과 땀은 아름답게 빛나는 수정들로 남을 것입니다. 가정법률상담소를 세워 저소득층 여성들의 권익을 대변한 일은 오래오래 가슴속에 남아 우리들을 감동시킵니다.
그 암울했던 때,선생님은 억눌린 이들의 자유와 평화,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었습니다. 80년 소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당시 군사법정에서 호통치시던 그 당당함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그 뜻을 좇아 선생님이 보듬어 주시던 그 가슴으로 낮은 자들을 위해 살겠다는 결의를 다져봅니다. 선생님은 항상 그랬듯이 다시 일어서려는 우리 모두를 위해 기도해 주시고 지켜보아 주실 것입니다. ‘ 아름다운 사람‘제가 선생님을 생각할 때마다 항상 속으로 되뇌이는 말입니다. 한 사람의 인생이 곧 한국 여성의 현대사가 되고, 나라 발전의 바탕이 되는 그런 아름다운 삶을 살다가신 고인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합니다.
대통령 부인 이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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